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 닭고기 약 3만t 물량에 할당 관세를 적용했지만 육계 소비자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수입 닭고기는 대부분 가공식품 제조, 외식 프랜차이즈 등 기업 간 거래(B2B) 채널에서 판매돼 소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게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료값 상승, 폭우 등의 요인으로 사육 규모가 줄어 육계 가격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세 제로’ 닭고기 대부분 통관 마쳐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닭고기 물량(2만9800t)의 94.5%인 2만8160t이 통관을 마쳤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닭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통관이 끝난 물량은 이달 말까지 시중에 공급될 예정이다.
할당관세가 적용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외국산 닭고기가 육계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닭고기 1㎏은 소매 시장에서 6349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6271원)보다 1.2%, 작년(5702원)보다는 11.3% 비싸졌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생닭도 한 달 새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생닭 1㎏은 8000~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보다 1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런 흐름은 수입 닭고기와 소비자가 주로 구매하는 닭고기의 사용처가 다른 데서 나온다. 수입 닭고기는 뼈 없는 순살, 냉장이 아니라 냉동 상태로 국내에 들여온다. 대부분 외식업체에서 쓰이거나 가공식품 제조에 활용된다.
반면 삼계탕이나 닭볶음탕을 만들기 위해 가정에서 주로 구입하는 닭은 국산 냉장 닭고기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여름철은 보양식 수요가 증가해 생닭 가격이 오르는 시기”라며 “수입 냉동육이 생계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육 규모도 줄어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게 닭고기값 오름세를 만성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급 감소에는 생산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축산 농가의 사료값 부담이 커졌다.
닭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사육장 온도를 27도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 냉방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이런 비용 때문에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폐업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지난달 중순에는 한반도 중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종계(번식을 위한 닭)가 집단 폐사했다. 이는 병아리 입식(병아리를 가져와 키우는 것) 마릿수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7월 병아리 입식 마릿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육계 도축 마릿수도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는 “외국산에 할당관세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닭고기값이 더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외식업계의 육계 수요 일부를 외국산이 대체해 국산 닭고기값 상승을 일부 방어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