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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흑연 수출 통제… 韓 이차전지 비상

작성일 2023.10.24 조회수 74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모습./포스코케미칼
‘자원 무기화’에 나선 중국이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두 달 만에 흑연 수출 통제를 전격 발표했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하나인 음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원료로, 한국은 거의 전량 수입한다. 그런데 그중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한 이번 통제는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 건과는 다른 파장을 일으키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중국은 전 세계 흑연 제련 시장을 70% 점유하고 있어,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노리는 미국의 계획에도 당장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수출 통제는 올해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인조 흑연 재료와 제품, 천연 흑연 재료와 제품이다. 이 품목들은 상무부에 이어 국무원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해 통관 기간이 지연되거나 수출이 안 될 수도 있다.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시작했을 때 한 달 이상 수입이 전면 통제된 적이 있다. 흑연은 그때보다 타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전 세계 20%지만, 제련 시장에선 70%를 점유한다.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보건 규제로 싼값에 제품을 공급할 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중국 흑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쉽사리 대안을 찾지 못했던 이유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은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중국이 뒤쫓아가는 형국이었다. 이번 조치가 질주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상식 무역협회 실장은 “중국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이 상황이 나빠지자 반격 카드로 내놓은 조치로, 우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20일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발표가 알려지자 LG에너지 솔루션· SK온· 삼성 SDI 등 배터리 3사와 음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은 비상 회의를 열고 향후 파장에 대해 논의하면서 재고 파악에 나섰다.

특히 이번 수출 통제 대상에는 천연 흑연, 인조 흑연 같은 원료뿐 아니라 흑연이 들어간 ‘음극재’ 제품까지 포함됐다. 한국 배터리사들은 정확한 비율을 밝히지는 않지만, 필요한 음극재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직수입하고 있다. 중국에 BTR, 푸타일라이, 산산, 카이진 같은 글로벌 음극재 1~4위 업체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음극재 수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막히면 배터리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의 통관이 2~3주 더 길어질 수도 있고, 까다로운 허가 조건을 요구하며 수출을 아예 불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글로벌 5위 음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에서 공급받는 양을 점차 늘리며 국산화해 왔지만, 이마저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음극재 원료인 흑연을 거의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현재 흑연 재고가 한 달 반 정도 버틸 수준이라, 수출 통제가 시작되는 오는 12월 전에 재고를 최대한 확보해 볼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국만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중국 수출 통제의 정상적 조정은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에서 ‘한미 배터리 공급망 동맹’ 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서 음극재와 흑연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은 IRA(인플레 감축법)를 시행하며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부품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음극재는 다른 곳에서 조달하기 쉽지 않아 현재는 미국 조차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관세 25%를 면제해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자국의 흑연과 음극재 수출을 방해할 경우, 미국이 동맹국과 협력해 친 환경 첨단 산업인 전기차 및 배터리를 집중 육성하려는 계획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서방이 중국에 다 자적 압박을 촘촘하게 하고, 주요 공급망을 자체 구축하려 하면서 중국이 이를 경계하며 상대방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며 " 미국이 취한 조치를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모습” 이라고 말했다.

이날 흑연 수출 통제 소식이 전해지자 배터리 관련 기업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LG에너지 솔루션(-3.5%)· 삼성 SDI(- 2.8%) 등 배터리 제조사 주가가 2~3%대 내렸고, 배터리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5.7%), 에코프로(-5.9%) 등은 주가가 5%대 급락했다. 배터리 주식들의 약세와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 영향으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2400선이 무너져 2375.00으로 마감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