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기사들 ‘표준운임제’ 반발... 이구동성 “화주만 배불리는 정책”
“결국 우리들만 벼랑끝으로 내몰아”... 지입제 퇴출하면 ‘덤핑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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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컨테이너를 싣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정규기자 |
“그간 안전운임제 하에선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였는데…앞으로 화물차주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입니까”
정부가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고, 지입제를 폐지하는 등의 화물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2일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이곳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화물차 기사 A씨는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화물대책을 ‘과거 회귀’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이번 발표가 안전운임제 이전의 ‘냉혹했던’ 시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대책이 결국 운송회사와 화물차 기사들의 갈등만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존의 안전운임제 아래에선 ‘10만원짜리 일감이다’. 이러면, 화주가 12만원을 운송회사에 주고 운송회사가 2만원을 갖고 내가 10만원을 받아요. 하지만 표준운임제가 적용되면 애초에 화주가 12만원을 안 주죠.”
그는 결국 화물차 기사들이 손에 쥐게 되는 운임료는 저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송회사도 자기네 운영을 해야 하니 얼마를 뗄 것이고, 결국은 ‘6만원인데 가실래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우리는 ‘그 바닥’을 힘들게 지나 왔는데, 이번 대책은 다시 20년 전 그 때로 돌아가라는 무책임한 발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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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2일 오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선적 및 하역작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다. 조주현기자 |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새로 도입되는 표준운임제의 경우 기존 안전운임제와 달리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강제성을 두지 않고 매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안전운임제와 달리 화주에 대한 처벌조항을 없앤 것이다.
평택항에서 20년 이상 화물차를 운전한 B씨 역시 화주에 대한 처벌조항 없이는 무의미한 대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운송회사는 한마디로 화물차 기사들의 직장이나 마찬가지인데, ‘원청’에서 지불해야 할 돈을 안 줘도 강제할 수 없으면 운송회사도 마진율이 안 남는데 어떻게 화물차 기사들도 적정한 운임을 받을 수 있겠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입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이 나왔다.
지입제는 화물차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한 뒤 영업용 번호판을 받아 영업하는 방식인데, 통상 번호판 하나에 2천만~3천만원을 호가한다.
이에 정부는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만 수취하는 운송사를 퇴출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 후려치기’만 더욱 만연해지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화물차 기사 C씨는 “정부가 지입제를 없애겠다고 하면, 기존에 ‘넘버’ 장사만 했던 운송회사들도 실적을 올려야 되니 화주로부터 ‘오더’를 가져와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도 물량이 없어서 덤핑이 만연한데, 앞으로 덤핑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러면 그야말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출처 : 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