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반기에도 해운 시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컨테이너 선사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하반기에도 해운 시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컨테이너 선사들이 치열한 화물 확보 경쟁과 비용 절감 노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이 같은 내용의 ‘시황 하락에 따른 컨테이너 선사 대응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컨테이너선 시황 분석과 선사 대응 방향, 주요 변수와 중단기 전망을 담았다.
보고서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하방 압력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시장이 하반기에도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엔데믹에 따른 공급망 정상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부진한 데다 최근 2년간 급증한 신조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 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931.7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953.6) 대비 21.9포인트 하락했고,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 1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5109포인트)와 비교하면 약 82% 하락한 수치다.
지난 2분기 평균 SCFI(983포인트)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보다 27.4%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주 노선은 4.5% 하락해 선사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수급 불균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성수기에 들어섰지만 북미와 유럽의 신규 주문이 여전히 위축돼있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도 부진하다. 올해 물동량도 전년 대비 북미항로는 8.4%, 유럽항로는 0.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인도된 신조선은 69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폐선은 5.7만TEU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운임 방어를 위한 선사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았다. MSC와 CMACGM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소석률(화물 적재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운임 인하에 나설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대형 선사들의 원양 항로 선박 재배치도 늘어나면서 아시아 역내 항로 중심의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선사들은 공급 조절과 더불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항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다양한 비용 절감 대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019년 평균 운임 대비 아직 낮은 수준인 미국 동서안과 달리 남아프리카(129%↑), 중동(54%↑), 지중해(100%↑)처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항로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백홀(돌아오는 구간)이나 양방향 영업을 강화해 공컨테이너 회송비를 절감하고, 냉동·냉장이나 특수화물 사업을 확대하고, 노후 컨테이너 박스를 매각하거나 단기 임차 박스를 반납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도 병행될 것이라고 해진공은 내다봤다.
보고서는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선박 재배치나 감속 운항, 항로 조정만으로 공급량을 흡수하기 어려워 장기적으로는 계선(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약보합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항만 노사협상 결과와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 수위 변화, 주요국 통화 정책 방향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