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12월 22일, 한 배가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의 홍해를 지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홍해를 지나는 배들이 위험에 처한 가운데, 일부 해운사들은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할 경우, 비용이 급증할 것을 우려해 홍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업체 크플러에 따르면 후티가 민간 선박에 공격을 벌인 지난해 12월 이후, 수에즈 운하를 통한 디젤유·휘발유 등의 운송량은 10월에 비해 40% 가량 줄었다.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나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 등 대형 화주들은 홍해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특히 홍해 항로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했다가 자사 선박이 공격 대상이 되자 다시 운항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작은 해운사들은 여전히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이 홍해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해운사들이 남아공 희망봉을 돌아 우회할 경우 최대 2주의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 오슬로 해운사 프런트라인의 바스타드 최고경영자(CEO)는 “만약 그럴 능력만 있다면 우리도 홍해를 통한 운송은 피할 것”이라며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 해운사가 대형 석유회사나 무역회사 등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택시에 불과하다면서, 한번 항해가 시작되고 나면 선장이나 회사가 항로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전히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가 많다는 사실도 ‘설마 우리가 공격 대상이 되겠느냐’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전히 적지 않은 선박이 평소대로 운항을 계속하면서 이번 후티의 공격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일시적 등락은 있었지만 현재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대형 유조선들은 후티 공격 이전에도 수에즈 운하 항로가 좁다는 이유로 다른 길을 이용해왔으며, 하마스와 우호적인 카타르 소속의 선박들은 후티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어 평소대로 운항을 하는 등의 이유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리서치 회사 에너지 애스펙트는 “시장은 원유 공급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지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