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소속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접안한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여파로 유럽향 컨테이너선의 해상·항공 운송비용이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홍해에서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상선 공격에 따른 해상 운송로 불안까지 불거지면서 글로벌 해운업계가 전쟁으로 인한 특수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관세청이 집계한 수출입운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유럽연합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2TEU(20피트 표준컨테이너 2개)당 평균 운임은 434만5000원으로 전월 대비 72% 급등하면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시아권 국가를 기반으로 컨테이너선이 운반되는 비용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되는 상하이컨티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 9일 기준 2166.39포인트로 지난달 중순 이후 2000포인트 대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1일 1010.81포인트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물류업계가 특수를 누렸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가운데 2021년 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관세청 자료가 운송에 들어간 운임뿐만 아니라 할증료 등이 들어가고, 대부분 신고서에 바탕해서 쓰이는 자료라 추세를 보는 데만 쓰인다”면서도 “최근 해상운임이 큰폭으로 증가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인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전쟁과 최근 홍해 사태 여파로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운 실정이다. 홍해의 경우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해 미국과 영국군의 공습이 시작됐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해운사의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집하하고 있다. [연합]
다수의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안전을 위해 거리가 기존 대비 6500㎞, 리드타임이 약 2주간이 더 소요되는 남아공의 희망봉 우회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운업계는 기존 대비 노선에 운행하는 컨테이너선을 2대 더 늘리면서,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 물류를 대응하고 있는 추세다. 운임이 증가한 상황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수도 증가하니 수익이 더욱 늘어나는 구조다.
단, 연초 유럽이 통상적인 ‘수입 물류 비수기’에 돌입하면서, 유럽에서 들어오는 수입물류는 감소한 것이 변수다. 우리 컨테이너선이 유럽까지 운행을 하더라도 국내에 다시 돌아올 때는 싣고 올 물량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이에 관세청 관계자는 “유럽에서 출발하는 수입물량이 지난해 연말과 비교했을 때 현재는 많이 쳐줘도 75% 수준밖에 되지 않을정도로 줄었지만, 수출물량이 많고 운임 수준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유럽으로 물건을 싣고 나간 컨테이너선이 빈상태로 국내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해운사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 수출 물류에서도 운행비용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항공 수출업계 관계자는 “코로더(Co-Loader·소량화물 집하 업체)를 통해 받는 운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략적으로 전쟁 전보다 적어도 2~3배 이상은 운임 비용이 오른 것으로 느껴진다”면서 “컨테이너선을 통한 배송에 시간이 더욱 소요되면서, 항공을 통한 물품 배송은 더욱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한편 관세청의 이번 운송비용 집계에서 전월대비 미국 서·동부는 각각 3.5%, 6.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2.4%↑), 일본(13.5%↑)도 올랐지만 베트남(11.4%↓) 하락세가 관측됐다. 미국 동부지역의 경우에는 2개월 연속으로 운송비용이 상승한 것으로, 엘니뇨 현상에 의한 가뭄 여파로 미국 동부로 물건을 나르는데 어려움이 생겨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출처 : 해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