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나 전쟁을 반길 수도 없는데, 그 참...”
최근 만난 해운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해운업 침체와 1분기 비수기에 대비했던 해운업계 관계자들이 뜻밖의 운임 강세에 반색하고 있다. 연초 열렸던 해운업계 모임에서는 대부분 장기 불황 시작을 예상했는데, 작년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해상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중동발(發)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비수기에도 운임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사(船社)는 예상보다 높은 운임에 안도의 한숨을, 화주(貨主)는 운임 추가 상승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의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3월 말 1730 수준까지 떨어졌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4주 연속 올라 1940대를 기록했다. 작년 말 후티 반군을 피해 주요 해운사들이 기존 홍해 항로 대신 약 10일 더 걸리는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운임은 2000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반짝 특수라는 의견이 우세했고, 실제 운임은 조금씩 하락했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이 다시 불붙으면서 또다시 반등했다. 중동 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더해 해운 성수기가 시작하는 3분기를 앞두고 선박 확보 경쟁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인성
덕분에 해운사 1분기 실적은 비수기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작년 4분기 9억2000만달러(약 1조2300억원) 적자를 냈던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올 1분기 1억7770만달러 영업이익을 내 흑자로 전환했다. 머스크는 “홍해 물류 차질이 최소 올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연간 수익 목표도 올렸다. 현대글로비스는 1분기 매출 6조5864억원, 영업이익 3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 감소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매출 6조4939억원·영업이익 3713억원)를 웃도는 실적이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도 홍해 사태가 운임에 유리하게 작용해 흑자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월 중 주력 노선인 미주 노선 계약을 갱신할 예정인데, 더 높은 수준의 운임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 유력하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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