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웃돈 얹어 컨선 싹쓸이…한국 中企, 수출품 못 실어 '발동동'
작성일 2024.06.03 조회수 140
2일 부산 성북동 부산신항. 170만㎡ 규모 북쪽 부두는 실어 날라줄 배를 못 잡은 컨테이너로 가득 찼다. 북미 수출을 주로 대행하는 한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통상 수출 예정일 열흘 전에 컨테이너의 항만 반입을 허가받았는데, 지금은 사흘 전에나 컨테이너를 항만에 들여놓는다”며 “배가 없다 보니 야적장이 포화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과 화장품, 가전, 플라스틱, 무선통신기기, 섬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운송비 상승과 납기 지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 출항한 배들이 “짐칸이 다 찼다”며 한국을 건너뛰고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유럽으로 가는 배는 ‘홍해 사태’ 여파로 수에즈운하가 사실상 막히면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빙 돌아가는 실정이다.
컨테이너선 대란을 부른 건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5% 안팎인 중국산 전기차와 반도체, 의료품, 태양광 패널 등의 관세를 8월 1일부터 최대 100%로 높이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새로운 관세정책이 시행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확 떨어지는 점을 우려해 물량 쏟아내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웃돈’을 주며 배를 붙잡다 보니 상하이항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는 운송비는 지난달 31일 기준 컨테이너 1개에 6168달러로 4월(3175달러)의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이 여파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4월 26일 1940에서 지난달 31일 3044로 56.9% 상승했다.
풀릴 기미가 없는 홍해 사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수에즈운하가 지난해 말부터 후티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꽉 막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인근 중동국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지정학적 불안은 커졌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선은 아프리카 대륙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왕복 130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 과거에는 왕복 80일이면 오가던 항로다. 1주일 단위 정기 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해운사 입장에선 이제 과거와 같은 정시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셈이다. 글로벌 해운업계 운항 정시성은 과거 80%대에서 최근 50%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3분기부터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보내기 위해 중간재와 완성품을 대량 생산해 둔 국내 수출기업은 대목을 놓칠까 봐 우려하고 있다.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 연간 1000억원어치가 넘는 자외선 차단 크림을 수출하는 한 화장품 제조업체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온라인 주문을 대량으로 미리 받았지만 화장품을 실어 나를 배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계획대로라면 지금 제품이 태평양을 지나고 있어야 하는데 창고에 쌓여 있다”며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면 운송비가 훨씬 비싼 항공화물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대란은 국내 수출기업 실적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넥센타이어는 올 1분기에 운송비로 637억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549억원)보다 16% 늘었다. 넥센타이어가 생산한 타이어는 올해 1분기 1096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물류비는 이보다 더 증가했다. 4월부터 해상운임 상승이 본격화한 만큼 물류비 증가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은 웃고 있다. HMM은 1분기 매출 2조3298억원, 영업이익 40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7.4%에 달했다. 해운업 비수기인 1분기 실적으론 이례적이다. HMM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841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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