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롱비치항 압도적 물동량 '옛말'… 美동부 항구 뜬다
작성일 2022.12.12 조회수 161
압도적인 물동량을 자랑하던 미국 서부 항만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부 항만에서 벌어진 극심한 물류 병목현상을 겪은 화주들이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동부와 남부 항만에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유럽 상품 수입 확대와 서부 항만노조의 파업 가능성도 미국 물류항 중심축 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시간대 공급망관리학과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미국 서부 대표 항만인 LA항과 롱비치항의 컨테이너 화물 점유율이 올해 10월 기준 총 25%를 기록해 약 20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22년간 북미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던 LA항은 지난 8월 이후 3개월 동안 물동량 1위 자리를 동부 뉴욕·뉴저지항에 내줬다.
서부 항만 화물 비중 감소는 미국 휴스턴항, 서배너항, 뉴욕·뉴저지항 등 미국 동부와 남부에 위치한 항만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태평양상선협회(PMSA)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LA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반면, 뉴욕·뉴저지항은 같은 기간 10.4%로 늘었다. 릭 코튼 뉴욕·뉴저지항만청 상무이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록적인 수준의 화물이 계속 항구를 찾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화물) 양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항 중심축 변화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LA항과 롱비치항에서 발생한 물류 적체 현상이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필요성을 일깨웠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두 항구에 몰려든 화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서 지난 1월에는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화물선 109척이 하역을 위해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연말연시 쇼핑 성수기에 발생한 물류 차질로 일부 기업들은 대목을 놓치며 큰 손해를 봤다. 이에 따른 학습효과로 기업들이 서부 항만에 대한 물류 의존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아이태스카 소재 화물 운송 업체 세코로지스틱스의 크레이그 그로스가트 수석부사장은 WSJ에 "전적으로 LA항과 롱비치항에 의존했기 때문에 피해를 본 고객이 너무 많다"며 "많은 이들이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미국이 대서양 간 교역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이뤄진 미국의 상품 수입액 중 유럽연합(EU)과 영국산은 약 5089억달러로 중국산 수입액(4729억달러)보다 많았다. WSJ는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하기 시작했다"며 "동부의 여러 항구를 통해 화물이 대서양으로 건너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서부 항만노조의 파업 우려도 동남부 항만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근로자 측인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사용자 측인 태평양해사협회(PMA)는 단체협상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파업을 공언했던 ILWU는 지난 7월 기존 단체협상 계약 만료에도 불구하고 파업 없이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한 상태지만,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파업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를 의식한 기업들이 동남부 항구에 물류를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너선 골드 전미소매협회(NRF) 공급망 담당 부회장은 CNN비즈니스에 "소매업자와 다른 화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노동 상황 등으로 인한 혼란으로 발생할 (물류) 차질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물류 중심축 변화를 감지한 동남부 항만들 가운데는 향후 급증할 물동량을 대비하기 위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확대하는 곳도 있다.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에 위치한 서배너항이 대표적이다. 조지아항만청은 대형 컨테이너 처리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13억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에는 수입 업체들이 화물을 내륙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2만7800㎡ 규모의 대형 창고가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프 린치 조지아항만청 전무는 "많은 기업이 이곳에 깃발을 꽂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확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