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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울고 웃는 물류… 하늘길·바닷길 혹한기 오나

작성일 2023.01.09 조회수 178


전 세계에서 오고가는 화물은 하늘길이나 바닷길을 주로 이용한다.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하늘과 바다를 통한 국가 간 화물의 이동 규모도 증가했다. 물류시장의 부침은 세계 경제의 침체, 반등과 궤를 함께한다. 세계 경제의 침체 흐름은 이미 물류시장에서 엿보이고 있다. 올해는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화물을 나르는 사업이 더 거센 ‘혹한기’를 맞는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항공물류 VS 해상물류 

일반적으로 항공물류는 해운보다 운임이 비싸다. 대신 빠르게 운송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취급하는 품목이 다르다. 항공운임은 통상 도로운송 운임의 4~5배, 해상운임의 최고 12배가량 비싸다. 운임에 차이가 나는 건 비용 등의 영향이 크다. 해운업의 경우 총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 수준이다. 이와 달리 항공업에서 인건비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운송은 주로 큰 규모를 옮겨야 하는 중화학 제품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석유제품, 철강,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의 경우 해상운송 비중이 98%나 된다. 이 때문에 해운업의 실적은 흔히 한국 경제의 성장과 부진을 미리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항공물류는 반도체, 의약품 등 가벼우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화물을 수송하는 데 적합하다. 특히 항공물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진단키트, 방호복, 마스크 등의 방역용품과 백신 수송을 담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백신을 비롯한 약물은 섭씨 2~8도를 유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운송조건을 갖는다. 신속하게 수송해야 한다는 특징도 있다. 인건비와 달리 환율은 해상물류나 항공물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항공화물과 해상화물 모두 연료비, 리스비 등을 달러로 지불하고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항공물류업, 해상물류업은 환율 상승이나 하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낳은 물동량 급증 

본래 물류시장은 긴 경기 사이클을 따라 움직였다. 침체나 호황의 기간이 다른 산업보다 길었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물류시장은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주요국의 광범위한 봉쇄 조치, 산업시설 가동 중단, 경제활동 위축 등으로 물동량이 추락했다. 이후 봉쇄 조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풀리고, 주요 국가에서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사람들이 ‘보복 소비’에 나서면서 물동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물동량 폭증 흐름을 타고 해상운임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해운업계는 호황을 만끽했다. 동시에 컨테이너 선박 부족, 병목 현상에 따른 항만의 화물 적체 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컨테이너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0년 6월 925.50이었으나 엔데믹을 맞으면서 급등해 지난해 1월 사상 최대치인 5109.60을 기록하기도 했다.

화물·운송 적체는 해상운송에서 항공운송으로 물동량을 돌리는 역할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전체 항공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362만t에 달했다. 수하물을 제외한 항공화물도 전년 대비 17.0% 늘어난 340만t으로 집계됐다. 항공사들은 사실상 중단 상태인 여객사업을 접고 화물로 눈을 돌렸다. 기내 좌석 위 짐칸인 ‘오버헤드 빈’,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탑재하는 ‘카고시트 백’, 여객기 좌석을 제거해 화물을 싣는 기내운송 등으로 화물 수송량을 최대까지 끌어올렸다.
 
물류시장 ‘불황의 터널’ 진입 


‘황금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잇따른 금리 인상이 부른 경기침체, 코로나19 유행기에 풀린 유동성이 유발한 인플레이션은 물류시장의 급전직하(急轉直下)로 직결했다. 지난해 1년간 컨테이너 운임은 연초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SCFI는 지난해 12월 23일 기준으로 1107.09까지 주저앉았다. 전주보다 16.20포인트 내린 수치다. 또한 27주 연속 하락세로 2년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1월 7일(5109.60)과 비교하면 80%가량 추락한 것이다.

항공사들의 실적을 이끌어온 화물사업 매출도 지난해에 차츰 가라앉았다.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매출은 2021년 4분기 2조1807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1분기 2조1486억원, 2분기 2조1712억원으로 들쑥날쑥하다 3분기에 1조8564억원까지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출도 2021년 4분기 1조752억원으로 정점에 이른 뒤 지난해 1분기 8843억원, 2분기 8183억원, 3분기 6802억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물류산업에 불황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분다고 관측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의 항공화물 물동량이 2021년 6560만t, 지난해 6030만t에서 올해 5770만t으로 감소한다고 추정한다. 지난해 전 세계 항공화물 매출은 2019년 (1008억 달러)의 배 이상인 2014억 달러로 추산하지만 올해 매출은 1494억 달러로 약 26% 하락한다고 예상한다. IATA는 여객시장 회복에 따라 여객 운송이 증가해 상대적으로 화물 수익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