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가가 6% 가까이 급등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7.6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78달러(5.8%) 올랐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전 거래일 대비 4.89달러(5.7%) 상승한 배럴당 90.89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4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WTI는 이번 주에만 5.9%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7.5% 올라서 지난 2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며칠 내 대규모 군사작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24시간 이내에 대피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공중전 위주로 전개되던 전쟁의 양상이 지상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양측의 충돌이 확대되며 중동 지역 원유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은행의 올레 한슨 상품 전략 책임자는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전에 훨씬 쉽게 더 오를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100만명의 사람들에게 가자 북부 지역을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제정신이라면 그 누구도 원유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이번 이번 분쟁에 이란이 개입됐다고 판단해서 대이란 제재를 강화할 경우 이란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이란의 자바드 오우지 석유부 장관은 현재 중동이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중개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내년 초 원유 증산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와 같은 계획이 불투명해져 원유 시장 공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미 재무부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를 위반한 해운사 2곳을 최초로 제재한 것도 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해상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원유를 배럴당 60달러인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가 60달러 상한선을 넘겨 원유를 판매하자 미국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이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로 리포우 사장은 "석유 시장은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할 것이며 이는 공급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라보뱅크의 조 드로라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는 "이번 제재 자체는 중요하지 않지만 앞으로 더 큰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신호"라며 "이번 분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아직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석유 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였다"며 "중동 지역의 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시장은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묘사했다. IEA는 공급이 갑자기 부족할 경우 시장이 "적절한 공급량"을 유지하도록 조치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은 세계 경제가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으로부터 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와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유지했다.
출처 : BLO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