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쓸바에는 중국산" 돌변에…철강업계 줄줄이 '비명'
작성일 2025.02.05 조회수 48
한 국내 조선사가 후판을 이용해 선박을 제조하고 있다.
배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관련 가격 이슈가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값싼 중국산 후판이 국내에 수입되면서 조선업체들은 철강사들에게 국내 후판의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을 더 낮추면 적자가 심화된다면서 가격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해 하반기 결론났어야할 후판가 협상은 해를 넘겨 한달이 넘도록 타결되지 않고 있다.
4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후판의 평균 유통가는 90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 말 106만원이었던 가격은 9개월새 15.1% 떨어졌다. 중국산 후판이 약 75만원에 수입되면서 국내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47만t 이하에서 지난해 138만t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품질차이가 컸던 과거와 달리 중국산 후판의 퀄리티가 국내산에 버금갈 정도로 올라오면서 '대체재'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사로부터 배를 구매하는 해운사들이 '중국산은 쓰지말라'고 주문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이러한 제약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 대체재로 쓸 수 있는 수입 제품이 싼 가격에 풀리면 국내제품의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국내 후판 가격의 급락, 중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 등이 겹치면서 철강사와 조선사 사이의 후판가 공급협상은 완전히 틀어지고 있다. 국내 철강·조선사는 매년 상·하반기에 다음 반기 후판 공급가를 정한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현재 평균 유통가, 수입가 등을 바탕으로 양측이 논의해 고정된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시작된 후판 가격 협상이 아직까지 결론내지 못하면서 양측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조선사는 90만원 이하, 철강사는 90만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수세에 몰린 곳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473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6조6500억원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실적 낙폭이 크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2021년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144억원에 불과했다.
철강사에게 후판은 다른 철강재에 비해 마진이 높은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포스코 등은 후판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떻게든 조선사와의 협상에서 90만원대를 유지해야만 한다.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중국산 후판의 수입을 막기 위해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한 상태지만 중국 정부와의 마찰을 우려하고 있는 정부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조선사들은 ‘시장 논리를 따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조선업이 슈퍼 사이클에 돌입한 건 사실이지만 중국 선박회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원가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값싼 중국산 후판을 쓰는 중국 선박회사를 상대하는데 국내 조선사만 비싼 후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한다.
국내산이 비싸다면 중국산의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도 조선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이 사용하고 중국산 후판 비중은 20% 내외인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