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에 실려있던 수출품 땅에서 망가져…해운업체 책임인가
작성일 2025.12.22 조회수 6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사진=연합뉴스
해상으로 수출할 목적으로 선박용 컨테이너에 실은 제품이 육상으로 운송되던 도중 파손됐다면 해운업체에까지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DB손해보험이 HMM 등 육·해상 운송업체 3곳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HMM이 패소한 부분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22년 DB손해보험은 미국 기업에 100만달러(약 14억원) 상당의 로봇팔(암·arm) 20대를 수출하기 위해 화물중개업체에 운송을 의뢰하고 DB손해보험과 해상적하보험(화물보험)을 체결했다.
중개업체는 이후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육상 운송과 부산에서 미국 현지까지의 해상 운송을 각각 물류업체와 HMM에 위탁했다. 육상 부문을 맡은 물류업체는 또다시 도로 운송 업체에 하도급했다.
로봇팔이 최종적으로는 선박을 통해 미국에 수출되는 점을 고려해 제품은 운송 시작부터 해운업체 컨테이너에 적재돼 있었다.
문제는 육상 운송 과정에서 불거졌다. 두산로보틱스가 중개업체에 "제품 운송 시 영상 18도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는데, HMM 직원이 컨테이너 보관회사 직원에게 '영하 18도로 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도로 운송 업체는 부산항으로 출발하기 전 컨테이너 내부 온도를 확인하지 않았고, 로봇팔 20대 중 15대가 냉동 상태로 보관된 탓에 손상됐다. DB손해보험은 두산로보틱스에 71만달러(약 10억원)어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운송에 관여한 업체들을 상대로 이를 물어내라는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모든 운송업체가 공동으로 64만달러(약 9억 원)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DB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HMM은 컨테이너를 제공했더라도 온도 설정에 관한 최종 책임은 로봇제작사에 있으므로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단계에서 DB손해보험은 중개업체가 약 10억원을 배상하고, 나머지 업체들도 공동으로 10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며 청구 내용을 변경했다.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DB손해보험의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두산로보틱스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중개업체와 나머지 업체들이 각각 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운업체는 책임 범위가 줄어 1100여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
상고심의 쟁점은 컨테이너 제공과 온도 설정을 해상 운송의 일부로 보고, 해운업체인 HMM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로 맞춰졌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HMM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제품 훼손이 육상 운송 도중 발생했으므로 해상 운송 과정의 일부라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은 "해운업체가 해상 운송을 개시하였다거나 해상 운송에 관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