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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악재 中 경제, 제로 코로나 폐지도 무용지물

작성일 2023.04.05 조회수 189

지난 3월 2일 중국 옌타이항에서 선적되고 있는 수출용 풍력발전 날개들. photo 뉴시스



한때 기아차의 제휴 파트너였던 중국 둥펑(東風)그룹은 3월 초 차값을 최대 40% 이상 할인하는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에 돌입했다. 이 회사가 합작으로 생산하는 시트로엥 C6 준대형 세단은 원래 중국 내 공급 가격이 21만1900위안(약 4000만원)이지만 둥펑자동차그룹과 후베이성 정부가 합쳐서 9만위안(약 1700만원)의 구매보조금을 지급한다. 지금 사면 43%가량 할인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역시 합작으로 생산하는 닛산 준중형 SUV 전기차 아리야는 할인액수가 9만8000위안(약 1850만원)에 달한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차량 판매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7%나 줄어들자 둥펑자동차그룹과 이 회사 본사가 있는 후베이성 정부가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해 극단적인 가격 인하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사정은 중국 내 다른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다. 외국계와 중국계,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불문하고 폴크스바겐, GM 등 중국 내 30여개 자동차 회사가 100여개 모델의 자동차를 할인해 파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내에서 '전무후무한 할인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런 할인 전쟁이 벌어지는 건 올 들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5.2%가 감소했다. 할인전쟁이 막 시작된 3월 중순까지도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 대수가 11%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자동차 판매 대수 감소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2020년(-1.9%)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로 전기차 구매보조금 제도가 폐지됐고, 내연기관차에 대한 취득세 감면 조치가 종료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소 폭이 너무 큰 것이다.

소비 회복 미지근… '보복소비'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3년 동안 계속돼온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을 폐지하면서 중국 국내외에서는 중국 경제가 올해 대폭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지난해 3%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 성장률도 5%로 잡혔다. 하지만 지난 3월 중순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올해 1~2월 경제 성적표는 이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리창 중국 총리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20조위안(약 17.8조달러)을 넘어 베이스 자체가 높다"며 "5% 전후의 성장 목표치는 쉽게 달성 가능한 수치가 아니며 올해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 1~2월 중국 경제는 호전 조짐을 보였지만 그 정도는 미지근했다. 공업생산은 2.4% 성장에 그쳤다.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소비도 3.5%가 늘었지만 글로벌 분석 기관들의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고강도 방역이 풀리면서 대규모 보복소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도 거리가 먼 수치였다.

식당 출입 등이 자유로워지면서 음식료 분야 소비는 9.2% 증가했지만 가전·음향기기 등 내구재 소비는 1.9%가 감소했다. 전체 소비시장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자동차 판매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해 소비 증가세의 발목을 잡았다.

고정자산 투자는 5.5% 증가를 기록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녹록지 않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9.0%), 제조업 투자(8.1%) 증가율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부동산개발투자는 -5.7%로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1~2월 전국 주택 분양면적도 지난해 동기 대비 3.6%가 감소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공급망 재편에 미·EU 무역 급감

소비, 투자와 함께 중국 경제 성장의 3대 축으로 불리는 수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 무역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수출은 5063억달러로 6.8%가 떨어졌고, 수입은 3894.2억달러로 10.2% 하락했다. 이 역시 중국 국내 분석기관의 예측치보다도 큰 감소폭이었다.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수출은 9% 늘었지만, 2위 교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은 -12.2%를 기록했고, 3위인 미국은 수출이 21.8%나 감소했다. 독일(-16.7%), 대만(-18.1%), 영국(-14.4%), 네덜란드(-3.4%) 등도 감소폭이 컸다. 미·중 경쟁과 서방의 대중 제재 효과로 서방과의 무역이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한 모습이었다. 중국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20% 전후에 이른다. 수출이 부진하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실업률 역시 어렵다. 16~24세의 청년 실업률은 18.1%로 지난해 12월 16.7%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베이징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직이 어렵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올 2월 말에는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대학이월급 2280위안(약 43만원)인 도서관 관리직원 2명을 모집했는데, 2000명 이상이 원서를 내 중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런 중국 경제 상황을 가장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1~2월 중국 정부의 세수이다. 1~2월 중국 세수는 3조9412억위안(약 74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가 줄었다. 국내소비세(-18.4%), 수입화물부가가치세(-21.6%)를 비롯해 차량취득세, 인지세, 자원세, 토지부가가치세 등이 줄줄이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2월 보고서에서 "중국 재개방(제로코로나 중단) 효과는 잔물결에 그쳤다"고 했다.

다급한 中 정부, 지준율 또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3월 17일 금융기구의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나온 조치로 경제 회복 기조가 그만큼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5000억위안(약 726억달러)의 자금이 풀릴 것으로 중국 내 기관들은 전망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리창 총리가 전인대에서 총리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조치이다.

중국 국내외 기관들은 중국 경제가 2분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들어가 올해 5.0~5.5% 정도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 공장 가동 중단 같은 극단적 상황이 사라진 만큼 민간 소비와 공업 생산 등을 중심으로 활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3%로 워낙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들은 중국 경제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V자형 반등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곳이 많다.

당장 눈앞에 닥친 걸림돌은 수출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이후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이후 올 2월까지 5개월 동안 계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닛케이는 중국 중타이증권을 인용해 올해 전체 중국 수출이 2022년에 비해 3.7%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 1월 보도했다.
 


"수출 감소, 부동산 침체가 경기 회복 암초"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내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중국 내 외국 기업 생산공장이 대거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추세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해온 폭스콘 등 대만 위탁생산업체들은 속속 일부 생산시설을 정리하고 인도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 인도 등은 올 들어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반면, 중국은 줄어드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닛케이는 "올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수출 감소"라면서 "수출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미국과 유럽 경제의 감속 우려가 크다"고 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시장이다. 2021년부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 있는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은 3월 말 해외 채권단과 196억달러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합의해 급한 불은 껐지만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이다. 신규 주택 분양액과 분양면적이 여전히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 상황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가 큰 폭으로 회복돼 성장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많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경제 회복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서 각 가정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제로코로나 정책 폐기에도 대규모 보복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빚더미 재정도 걸림돌

중국이 경제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재정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재정과 국유기업 투자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을 동원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중국 비금융기관의 총 부채는 51조8700억달러로 GDP의 295.9%에 이른다. 국가채무비율도 GDP의 76.2%로 적정 수준이라는 60% 선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이 올해 성장 목표치를 일부 해외 금융기관의 예측치보다 낮은 5% 전후로 잡은 것도 이런 재정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루팅 노무라증권 중국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실용적인 성장 목표를 설정한 것은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신호"라면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역풍이 적잖은 만큼 올해 중국 경제 회복 속도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데이비드 루빈 시티그룹 신흥시장 책임자도 지난 2월 초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마다 중국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면서 세계 경제 회복에도 기여했지만 이번에도 그런 희망을 갖는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출처 :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