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7월 산업생산·소매판매 발표
모두 시장 전망치 크게 밑돌아
치솟은 청년실업률은 ‘비공개’
국내 넘어 미국서도 ‘위험’ 경고
중국이 부진한 경제지표를 잇따라 발표하고, 부동산발 부채위기까지 증폭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가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보다 3.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4.6%)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소매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해 시장 예상치(4.8%)를 밑돌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매월 함께 공개하던 청년실업률 통계는 발표하지 않았다. 사회 변화에 따른 통계 기준 조정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청년실업률을 가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의 소매판매가 예상에 못 미쳤다는 것은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연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한 이후, 중국으로의 수출 회복을 기대했던 나라들에는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중국경제는 리오프닝 선언 이후 잠시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지난 5월부터 소비와 투자 회복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직면하면서 중국 부동산,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올해 하반기 수출 개선으로 경기를 회복해 ‘상저하고’를 노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32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줄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25.9% 감소했는데, 대중 수출 감소는 7월까지 1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중국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경제 둔화는 미국 경제의 ‘위험 요인’ ”이라고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노동조합 행사에서 “중국 경제 둔화는 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겠지만,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기업들이 이미 중국의 경기 둔화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 제조업은 위축됐고, 수출은 감소했으며 소비자 기대심리는 하락하고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기업들에 더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이례적인 하락이 중국 경기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접어들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0.1%포인트 인하했다.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2.5%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MLF 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다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경우 정부의 부양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이미 진 빚이 있어서 신용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