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 운임이 급락하며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3년 만에 9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명절 특수가 사라지는 등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공급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면서다. 일각에서는 해운업계 '파산 러시'가 이어졌던 2016년 수준으로 운임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SCFI는 최근 전주보다 2.73% 하락한 886.85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53.9% 떨어졌다. 4주 연속 하락하면서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이라는 1000선 밑으로 내려앉았고 이제는 900대도 붕괴했다. SCFI가 800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아시아-유럽 노선의 경우 해운업계 침체기로 여겨지는 2019년 수준을 나타냈다.
컨테이너 운임은 일반적으로 중국 국경절 대목을 앞두고 오른다. 선사들은 이에 국경절 연휴에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하고 사전에 '밀어내기 물량'을 투입하지만, 올해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수요가 줄고 운임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 1일 국경절이 시작되면서 선박 운항이 임시 중단돼 향후 운임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라면 국경절이 끝나고 운임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하락했다"며 "명절 특수가 전혀 없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수요는 급감하는 가운데 공급은 급증 중이다. 싱가포르 해운전문 분석기관인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공급량은 지난 4월부터 매월 평균 19만TEU(6미터 컨테이너 1개) 가까이 늘고 있다. 사상 최대 수치로, 향후 2년간 이같은 속도로 공급이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은 2006~2008년과 2014~2015년에도 공급량이 대폭 늘었는데, 당시 월 평균 선박 물동량 증가분은 12만TEU였다. 최근 선박 폐지 물량은 월 1만TEU에 그치면서 컨테이너 선사들이 공급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실제로 선사들은 임시 결항편(블랭크 세일링)을 크게 늘렸음에도 운임 하락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선사들은 수요가 줄면 운항 속도를 감축하거나 선복량을 조절하는 등 공급량을 줄인다. 그 과정에서 아예 운항이 중단되거나 특정 항구를 방문하지 않는 경우를 블랭크 세일링이라고 한다.
이달에는 주요 글로벌 노선인 아시아-유럽·북미 등의 4개 노선에서 공급량이 14~22% 가까이 줄어들 예정이지만 운임은 하락세다. 국내에서도 지난주부터 오는 10월 마지막주까지 5주간 한국발 북미 동안 노선에서 예정된 임시결항 총물량은 20만4200TEU(6미터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같은 노선에서 지난 7월만 해도 한 주 결항 물량이 1만TEU 수준이었는데 4배 가까이 뛰었다.
해운업계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라이너리티카는 "공급을 즉각 줄이지 않으면 2016년 수준으로 운임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6년은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으로 SCFI가 600선을 기록하고, 이에 수익을 내지 못한 한진해운 등 전 세계 많은 선사가 파산한 시점이다. 당시 그 직전에도 컨테이너선 공급량이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호황을 겪으며 선사들이 대형 선박 및 친환경 선박을 대거 발주했다"며 "선박이 늘어난 가운데 명절 특수가 사라지면서 운임이 맥을 못 추는 상태"라고 말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