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이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라 소비·생산 등 실물경기 활동성이 저하되자 경기 민감도가 큰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해상물동량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당분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운임 하방 압력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대외 경제 환경 등이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가능성도 언급된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 886.85로 전주 대비 24.87포인트(2.7%) 내렸다. 이는 약 40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였던 지난 2020년 5월 2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때 이후 SCFI가 900선을 밑돈 적은 없었다.
이 같은 운임 내림세는 해상물동량(수요) 증가율이 둔화하는 상황에 선박의 실질 선복량(공급)이 확대하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방역 조치 완화 등으로 전 세계 주요 항만의 적체 현상이 완화하는 사이 고(高)운임 시기 발주됐던 신조 컨테이너선은 점차 시장에 투입돼온 결과라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이 지난 2020년 10월 총 선대 대비 8.2%까지 떨어진 이후 점차 늘어 지난 8월엔 28.9%까지 증가한 점도 공급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발주 잔량 중에서도 1만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선박이 72%에 이르면서 모든 항로에 공급 압박이 증가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주요 기관들은 당분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운임 하방 압력이 이어지리라고 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 수요 증가율이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공급 증가율은 7.7%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올해 컨테이너선 수요와 공급 증가율을 각각 1.4%와 8.2%로 예상했고, 영국 해운 시황 분석기관 MSI도 수요·공급 증가율을 각각 1.6%와 6.7%로 전망했다. 영국 해운 컨설팅사인 드류리 역시 수요 증가율을 0.5%, 공급 증가율을 5.1%로 보면서 올해 컨테이너선 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리라고 관측했다.
다만 업계에선 일부 변수에 따라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가뭄에 따라 파나마 운하 통항 선박이 제한되고 있는 데다 미국 동부 항만 노사 협약이 만료되면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파나마 운하의 정체와 항만의 혼란이 이어지면 해운 운임 상승은 불가피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대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수요 영향도 변수 중 하나”라며 “미국·유럽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세와 앞으로의 통화 정책 방향성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이나 중국 내수·부동산 시장 부진에 따른 침체 우려는 수요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