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상무역의 양대 통로인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가 운항 차질을 빚으면서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 파나마운하가 전례 없는 가뭄으로 선박 통행량을 제한한 가운데 수에즈운하마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운항 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업계는 상황이 악화하면 내년까지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고 해상 운임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나마운하 통과에 12.2일 걸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2월 첫 주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238척보다 71척 적은 167척에 불과했다고 선방 정보업체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교역량의 5%를 처리하는 파나마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수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갑문으로 수위를 조절하는데, 역대급 가뭄으로 인해 주변 호수 등에서 물을 끌어올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파나마운하청은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견줘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지속하는 현상)로 가뭄이 지속되자 지난해 하루 평균 39척이었던 통과 선박 수를 올해 들어 단계적으로 줄여왔다. 특히 10월 파나마 지역이 70여 년 만의 가뭄에 시달리자 11월부터 파나마운하 하루 통행 가능 선박 수를 25척으로 대폭 줄였고, 내년 2월에는 하루 18척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통행 승인을 받지 못한 선박은 파나마운하를 건너기 위해 평균 12.2일을 바다 위에서 정박한 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물류업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앞두고 초비상이 걸렸다. 마르코 포지오네 수출국제무역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물품이 있을 것”이라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공급망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상 운임 상승 불가피
화주들은 우회 항로인 수에즈운하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리가 더 멀더라도 파나마운하에서 2주 동안 정박해 있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는 컨테이너선이 파나마운하가 아니라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면 5일 정도 더 소요된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약 12%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수에즈운하와 인도양을 잇는 홍해에서 최근 예멘 반군이 화물선을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미국 국방부는 홍해상에서 미 해군 군함 한 척과 상선 여러 척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친이란 예멘 반군인 후티 측은 이어 이날 홍해를 통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세계 양대 운하의 통행 차질이 지속되면 운송비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나마운하 당국은 예약된 선박이 취소될 때마다 해당 순번에 대해 경매를 하는데, 올해 낙찰가가 최고 400만달러(약 52억8000만원)에 달했다.
영국 런던 보험업계는 최근 홍해 남부를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해역을 지나는 선박에 추가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세계 5위 컨테이너선사인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이스라엘을 오가는 모든 화물에 최대 80달러의 ‘전쟁 위험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