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車 유럽수출 급증에… “한국車 실을 선박이 없다”
작성일 2023.01.19 조회수 163
중국 자동차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애꿎은 한국 완성차업체들에 불똥이 튀었다. 유럽행 수출 선박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자체 해운사가 없는 르노코리아와 쌍용자동차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운임료를 감당하거나,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선적을 미루고 있다.
18일 한국해운협회와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만5000달러(약 4300만 원)이던 자동차운반선(PCTC)의 하루 용선료(6500CEU 기준·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는 지난해 말 기준 11만 달러로 3배로 올랐다. 용선료가 비싸졌다는 것은 해당 선박의 운임료도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PCTC의 올 초 운임이 1년 전에 비해 2∼3배 높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PCTC 운임이 가장 많이 뛴 노선으로는 아시아발(發) 유럽행 노선이 꼽힌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지난해 초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는 정반대 상황.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늘어났는데, 이를 실어 나를 배가 부족해진 것이다. 글로벌 PCTC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2019년 777척에서 2021년 749척으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는 755척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PCTC는 일본계 3사(NYK, MOL, 케이라인)와 한국계인 현대글로비스와 유코, 유럽계 WW오션 등 5∼6개 선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숫자에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독 아시아발 선박 수가 더 부족한 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이 전년 대비 53% 급증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 등 중국을 생산 기지로 삼은 글로벌 업체들이 현지 생산 물량을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경향이 짙어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BYD 같은 중국 토종 브랜드 또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21년 202만 대였던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지난해 311만 대로, 독일(261만 대)을 넘어 1위 일본(350만 대 추정)까지 추격하고 있다.
일본 닛산은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당시 “4∼9월 누적으로 물류비가 전년 동기보다 190억 엔(약 1800억 원) 더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운송) 기차도, 자동차 운반선도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체는 르노코리아와 쌍용차다. 국내 자동차 수출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산하에 PCTC 운용사인 현대글로비스를 두고 있어 이번 대란을 피했다. 지난해 수출량 22만7638대를 기록한 한국지엠은 90% 이상이 북미향이다.
르노코리아는 대형 PCTC를 구하지 못해 지난해 3월부터 유럽 수출을 위한 선박으로 3000CEU급 미만의 소형 선박을 이용하고 있다. 작은 배일수록 운임 단가는 더 비싸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이런 구조가 장기간 이어지면 본사에서 결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한국에서 생산하는 수출 모델을 유럽 공장에서 만들자는 얘기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공급난이 풀리면서 그간 밀려 있던 수출 물량이 교역 시장에 나오기 시작해 내년까지는 PCTC 운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