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부로 안전운임제 일몰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표준운임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안전운임제 일몰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표준운임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화주들은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지만, 화물기사·운송사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시장 퇴행화 방안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촉발시킨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국토부는 제도 개선 및 물류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날 공청회는 협의체에서 8차례에 걸쳐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대신해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한단 계획이다. 이는 운송사가 차주에 지급하는 운임을 강제해 화물차주의 실질적인 소득은 보전하면서, 화주가 운수사에 지급하는 운임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는 게 골자다. 운임 계약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표준운임은 매년 공포한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송사-차주 간 운임을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 조항이 있으나, 표준운임제는 강제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와 마찬가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 한해 표준운임제를 적용한다. 3년 일몰제로 오는 2025년 12월까지 운영한 뒤 제도 성과 등을 분석해 지속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지입제를 폐지해 번호판만 빌려주고 프리미엄을 챙기는 위·수탁 전문회사를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퇴출한단 계획이다. 아울러 차주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세제 혜택을 비롯해 유가보조금 지급도 확대한다.
이 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화물운전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는 개선방안에 실망했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이 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화물운전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는 개선방안에 실망했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정부안은 대기업과 화주의 책임이 삭제돼 있다. 수직적 구조가 공고한 시장에서 정부가 운송사, 차주에만 칼날을 대고 있다"며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를 통해 적정 운임이 보장됐는지, 과로·과적이 방지됐는지 등 궁극적인 목적 달성이 이뤄졌는지부터 분석해야 하는데 '표준운임제'로 이름을 바꾸고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운수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한영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전무는 "차주의 운임은 강제하고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겠다는 건 운수사는 불법업자를 하라는 얘기"라며 "그동안 최저입찰제로 경쟁 붙여서 운송비를 깎기만 하던 걸 안전운임제가 있어서 그나마 정상화가 이뤄졌다. 성과 분석이 부족하면 기존 제도를 보강해야지 3년짜리 제도를 또 만드는 건 접근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현장에 참석한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은 "안전운임제로 겨우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데 표준운임제로 지난 10년간 반복했던 것처럼 운임비를 또 깎을 거냐", "정부가 한 번도 화주에 대한 제대로 된 단속도 하지 않았다. 과연 강제조항이 사라져도 제대로 운임을 줄 거라 생각하냐", "밥 먹고 쉴 곳도 마땅치 않은 기사들에게 2시간 일했으니 15분 쉬라고 하면 고속도로 달리다가 멈춰도 되는 거냐" 등 불만을 쏟아냈다.
반면 화주 측을 대표해 참석한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화주에 불합리한 책임을 지우는 안전운임제를 정상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화물운송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에 맞춰 논의가 필요하고 시장을 예측해 상황을 미리 대응하길 바란다. 이번에 또 일몰제로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면 사전에 목표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한 뒤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공청회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를 다시 거쳐 최종적인 정부안을 만들겠다"며 "정부가 독단적으로 할 사안이 아니고 여야와 화물연대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할 사안이다. 앞으로 의견 개진할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출처 :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