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4일부터 해외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PCTC)에 t당 46달러씩 입항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지난 6월 예고한 t당 14달러보다 3배 이상 높였다. 다만 선박당 부과 횟수는 연 5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해운업체가 자동차업계에 입항 수수료 분담을 요청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또 다른 악재가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의 입항 수수료를 t당 46달러로 설정한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당초 USTR은 4월 미국에 입항하는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6월 t당 14달러로 조정했다. 이를 다시 3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USTR은 “t당 부과하는 시스템이 관리가 쉽고 수수료를 낮추려는 조작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수수료 부과 횟수를 연 5회로 제한한 만큼 국내 기업의 부담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7월 USTR에 입항 수수료 상한제를 요청한 게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당시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 부과 대상을 중국으로 한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해운사 및 자동차업계는 14일부터 입항 수수료 부담을 안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선 98척(지난해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1만9322t 규모 7000CEU급 선박을 기준으로 입항 수수료를 추정하면 한 번에 88만8800달러(약 12억7000만원)가량을 물어야 한다. 연간 수수료가 다섯 차례로 제한된다면 선박당 64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전체적인 부담은 최소 연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4%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는 미국으로 가는 선박을 만선으로 꽉 채우는 동시에 수수료 상한제를 감안해 한 척이 5회 이상 운항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노선 운영 시스템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 가는 선박에 함께 싣던 캐나다 물량을 빼내 미국 물량으로만 채운다는 얘기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완성차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원가 절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