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현대부산신항만(HPNT)에 정박해 있는 '알헤시라스호'에 항만 노동자들이 물량 작업을 하고 있다. (HMM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물류업계가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HMM은 97%가 하락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출도 반토막 수준이다. 업계에선 물동량이 늘어나는 연말 연초를 기대하고 있다.
16일 HMM(011200)에 따르면 이번 3분기 7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2조6010억원 대비 97%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당초 예측한 3분기 영업이익 149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코로나19 기간 물류 특수로 인해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낮아진 기대치조차 맞추지 못했다.
HMM의 IR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컨테이너 적취율은 68.6%로 지난 2분기(67.5%)보다 늘었지만 평균운임률은 983달러에서 946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 컨테이너선 업계는 겨울보다 앞선 3분기를 최대 성수기로 분류하지만 정작 운임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HMM의 주력 노선인 미주 서안의 올해 1~3분기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FEU(12m 컨테이너 1개)당 1530달러로 전년 동기 6929달러에서 77.9% 하락했다.
인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근무자들이 화물작업을 하고 있다.
해운뿐 아니라 항공화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3분기 화물매출은 각각 9153억원, 355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1%, 48% 감소했다. 양사가 3분기 여객노선에서 성수기 수요를 흡수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한 이유다.
대한항공의 IR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화물 공급은 2022년 동기 대비 10% 늘었지만 수요는 6% 감소했고 시장운임은 무려 40% 하락했다. 여객기 운송이 늘어 여객기 하부에 화물을 싣는 벨리카고가 재개되며 공급이 확대됐지만 수요가 부족해 수익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대한항공 카고의 매출은 장거리인 미주에서 52%, 유럽에서 44%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 카고도 미주와 유럽에서 매출이 각각 48%, 45% 줄었다.
이처럼 화물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다. 대한항공과 HMM은 IR에서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는 연말 연초 물류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중국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 호재다. 이에 한때 800선까지도 떨어졌던 SCFI는 1000선을 회복했고 항공화물 운임도 회복세다.
대한항공은 증권사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화물 운임과 수송량이 모두 3분기보다 개선됐다"며 "특별히 반도체 업황 회복 때문만이 아닌 전반적인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프랑스산 와인, 남미산 체리, 생동물 전세기 등 시즌성 프로젝트를 유치하고 HMM도 냉동·특수·내륙 화물 등 수익성이 높은 화물로 시황 약세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출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