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으로 가는 해운업황…"'파산 러시' 때보다 내년이 안좋다"
작성일 2023.11.20 조회수 123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내년 해운 시장 환경이 업계 '파산 러시'가 이어졌던 2015~2016년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과잉이 계속되면서 결국 서비스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7일 전주보다 2.94% 내린 999.92를 기록했다. 2주 연속 내리면서 4주 만에 다시 1000선으로 주저앉았다. SCFI 1000선은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이다. 성수기인 중국 국경절 대목을 앞둔 지난 9월 마지막 주에는 80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10월 말 7주 만에 1000선으로 복귀했지만 한달 가량이 지나 다시 1000선이 붕괴한 셈이다.
SCFI가 올해 들어 1000선을 오가면서 해운업계의 실적도 쪼그라들었지만, 업계에서는 내년에는 업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본다. 공급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수요는 둔화가 예견돼서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국내 물류사의 '2024년 해운시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4년 글로벌 선박 신규 공급량은 179만TEU(20피트 컨테이너)로, 전년보다 6.5%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2~3분기에만 139만TEU가 인도되는 가운데 대형선박이 전체 신규 인도 선박의 47%에 달하는 등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원앙항로 선대의 경우 5년전 대비 북유럽은 8%, 미국은 15%로 대형화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북미·남미·중동·인도·아프리카 등 노선에서 선박 규모가 커지면서 전권역에서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급 확대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5~2016년 '파산 러시'로 선사들 수가 크게 줄면서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강화돼서다. 실제로 올해 2~3분기 선사들이 임시결항 등의 방편으로 공급을 조절하면서 운임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컨테이너 수요는 이미 위축된 상태다. 미국의 경우 최근 소득 하위 80% 초과저축분이 2020년 3월을 하회하는 등 지갑이 비어가고 있다. 소비 패턴도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전통적인 컨테이너 화물인 가구·가전·의류·신발 등에서 숙박·식음료업 등의 서비스재로 바뀌는 추세다. 수요는 위축된 가운데 팬데믹 이후 3년간 가구의 미국행 분기 평균 물동량은 82만5000TEU로 코로나 이전 평년에 비해 18% 늘었다. 가전은 9% 늘어난 40만7000TEU로, 팔리지 않는 재고만 쌓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년 수요를 가정할 경우 내년 2분기는 돼야 재고소진이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인한 교역 블록화 해상 수요를 구조적으로 감속성장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내년부터 글로벌 주요 선사들의 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본다. 올해 이미 항비·연료비·용선료 등의 원가가 평년대비 최대 26% 상승한 가운데, 시장운임은 17% 가까이 떨어졌다. 글로벌 해운 컨설팅업체 드류어리는 오는 2024년에 글로벌 선사가 총 15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악화에 따라 공급 조절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내년 해운 시장은 누적 공급 압박으로 과잉공급이 불가피하며 2015~2016년 대비 수급 여건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선사는 고강도 공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