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의 불황이 본격화한 가운데 경기선행지표인 벌크선 운임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벌크선 운임 회복이 경기 회복의 전조라고 보기는 어렵고, 계절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일 전 거래일 대비 8.68% 오른 3192에 마감했다. BDI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은 2022년 5월 25일 이래 약 1년 6개월 만이다. 지난 27일만 해도 2000선에 한 달 만에 재진입했는데, 2주 만에 1755에서 3192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해운 운임은 일반적으로 경기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철광석 물동량 강세,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확대 등이 최근 BDI 상승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BDI가 실물 경기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4분기는 석탄·철광석 등 벌크 화물 수요가 높아 벌크 시장의 성수기"라며 "컨테이너선의 경우 전세계 수출입 물동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벌크선은 특정 화물에 그쳐 BDI가 올라도 지금은 경기 회복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컨테이너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보다 1.77% 오른 1010.81에 그쳤다. 연말 치솟은 BDI와 달리, SCFI는 올해 들어 1000선을 오가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벌크선사 관계자는 "BDI가 오르면 영업이 잘 돼야하는데 지수만 오르고 영업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수기인 4분기임에도 11월 말 전에는 BDI가 기대에 못미친데다가 운임이 올라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신 공급 부족이 BDI 상승에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벌크선은 공급이 적정선으로 유지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신규·중고 벌크선박 가격이 여전히 비싸 선사들이 선뜻 발주하기 어렵다"며 "환경규제에 부합하지 못하는 선령 20년을 넘긴 노후선박에 대한 폐선 요구가 거세지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도 "컨테이너 선사는 미국과 유럽 등 환경규제가 강력한 지역을 위주로 운영하면서 규제에 따라 발주하고 대형화를 추진해왔다"며 "그러나 벌크 선박은 비교적 규제가 덜한 곳에서 운영되는 등 환경규제 준수가 어려운데다가 노후화된 선박도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브라질과 파나마운하 등에서 운항이 정체되면서 공급이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공급이 계속 늘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은 글로벌 컨테이너선 공급량이 올해 전년보다 7.7% 늘었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6.8% 증가한 297만TEU(6미터 컨테이너 1개)가 예상되는 등 대형선박 위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BDI의 상승세가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대외 변수가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다시금 계절적 비수기가 시작되면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스팟 운임인 BDI의 상승으로 12월 실적이 개선될 수 있겠지만 1월은 비수기"라며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으로 운임이 계속 올라야 (실적)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출처 : 머니투데이